페이지

溪分洙泗派 峰秀武夷山
계분수사파 봉수무이산


襟懷開霽月 談笑止狂瀾
금회개제월 담소지광란


活計經千卷 行裝屋數間
활계경천권 행장옥수간


小臣求聞道 非偸半日閑
소신구문도 비투반일한




[출전]
무명(無名) 시절의 20대 이율곡(李珥, 이이 / 호:栗谷, 율곡)이, 이미 유명(有名)한 50대 이퇴계(李滉, 이황 / 호:退溪, 퇴계)를 찾아가서 지은 시(詩)


[음훈]
襟 - 옷깃금 앞섶금 가슴금
懷 - 품을회
霽 - 비갤제 비개일제
狂 - 미칠광
瀾 - 물결란
計 - 꾀할계
經 - 지날경
屋 - 수레덮개옥
偸 - 가벼울투 깔볼투
閑 - 한가할한 틈한


[단어]
* 수사(洙泗) - 공자의 고향이면서 현재 공림(孔林,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 있는 곳은 중국 산동성 곡부이며, 이 곳의 북쪽으로는 사수(泗水)가 흐르고 남쪽으로는 수수(洙水)가 흐르지만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강물이 흘러가다가 공림 서쪽에서 두 강줄기가 합쳐진다. 공자의 학문(유학, 儒學)을 수사학(洙泗學) 또는 수사지학(洙泗之學)이라 부르기도 한다. 
* 무이산(武夷山) - 중국 복건성과 강서성에 걸쳐 있는 산으로 송나라 때 주자가 살았던 곳.
* 금회(襟懷) -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는 회포(懷抱)
* 제월(霽月) - 갠 날의 달. 비가 갠 하늘의 밝은 달.
* 담소(談笑) - 웃으면서 이야기함
* 광란(狂瀾) - 세차고 어지럽게 일어나는 물결
* 활계(活計) - 삶의 방도. 즉 처세에 필요한 모든 방도
* 행장(行裝) - 길 가는 데 쓰는 여러 가지 물건(物件)이나 차림. 여행(旅行)할 때 쓰이는 모든 기구(器具). 현재의 '여행용 캐리어 가방 속에 집어넣는 물품' 과 비슷하다.
*수간(數間) - 여러수(數) 사이간(間). 수(數)는 여러개, 여러명 등의 '여러'의 의미이다. 간(間)은 '(벽과 벽) 사이 (공간)'를 의미하며, 현대에 우리가 사용하는 방 몇 칸의 '칸'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뜻은 '여러개의 공간'을 의미한다.


[분석]
* 시(詩)의 묘미는 함축을 한다는 것과 감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함축된 의미는 댓구하는 구절에서 축약된 의미를 되살려야한다.  
코미디(comedy)에서 반전(反轉)을 통해서 웃음을 유도하듯, 
특히 한시(漢詩)는  댓구하는 구절에서 반전을 통해 
희노애락의 감정을 끌어낸다. 
이러한 큰 틀을 가진 관점에서 글자 하나씩을 풀어야 한다. 
즉 숲과 나무를 동시에 바라보아야 한다.

* 溪分/洙泗派(계분/수사파) ~ ‘溪(주어)+分(동사)+洙泗派(보어)’ 구조이다. ‘시냇물은 주수와 사수로 나뉘어졌다’의 뜻이다

* 峰秀/武夷山(봉수/무이산) ~ ‘峰(주어)+秀(동사)+武夷山(보어)’ 구조이다. ‘봉우리는 무이산 봉우리들이 빼어나게(秀) 솟아올랐다' 이다. 다른 산보다는 무이산 봉우리들이 더 높게 솟아 올라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더 높은 산들이 많겠지만 주자가 태어나서 무이산이 빼어나(=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다.

** 溪分洙泗派 峰秀武夷山 ~  직역은 '(공자가 태어난 곳에는) 물길이 주수와 사수로 갈라졌고, (주자가 태어난 곳에는) 무이산 봉우리들이 빼어나다' 이다. 공자가 수수와 주수 물길이 갈라져서 합류하는 곳에 태어났고, 주자는 무이산 봉우리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직설적 표현이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수수와 사수로 시냇물이 나누어진 이유는 공자가 태어난  때문이고 무이산 봉우리가 하늘로 솟아서 바람과 구름이 가는 길을 갈라 놓은 것은 주자가 태어난 때문이다 라는 시적(詩的) 표현이다. 그만큼 공자, 주자의 사상은 위대하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즉 공자가 태어나서 땅의 길(=물길)을 가르고 주자가 태어나서 하늘의 길(=바람길과 구름길)을 갈랐다는 과장된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땅과 하늘, 공자와 주자는 서로 댓구를 이루고 있다.

* 襟懷/開霽月(금회/개제월) ~ ‘襟懷(주어)+開(동사)+霽月(보어)’ 구조이다. 직역하면 ‘금회는 제월처럼 열린다’이다. 가슴 속에 깊이 품고 있던 학문에 대한 고민은 비가 그치고 숨겨진 달이 구름을 열고 나오듯 빠져나오듯 열린다는 뜻이다. 즉 공부하면서 해결 안되는 의문사항을 공자와 주자의 말씀에서 해결책을 찾았다라는 의미이다. 살다보면 철학적 고민이 생길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고민을 해결해 주신 분이 공자와 주자이며 이들의 사상을 접하면서 비구름 속에 갇힌 달이 구름을 뚫고 나오듯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많은 의문점들이 그에 대한 답을 환하게 알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 談笑/止狂瀾(담소/지광란) ~ ‘談笑(주어)+止(동사)+狂瀾(보어)’ 구조이다. 직역하면 ‘담소는 광란(같던 마음)이 그친다’이다. 웃으면서 (공자와 주자의 말씀에 대해 스승 및 선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니까 큰 파도치듯 불안정하던 마음이 그치고 차분하게 안정된다라는 의미이다. 철학적 의문에 대해서 마음이 요동칠 때, 주변의 유학자(儒學者)들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서 고민이 사라지게 된 것도 많습니다 라는 뜻이다

##  襟懷開霽月 談笑止狂瀾 (금회개재월 담소지광란) ~ 육신 안의 금회(襟懷)와 육신을 빠져나온 담소(談笑)가 댓구를 이루고, 하늘의 달(月)과 땅의 물결(瀾)이 댓구를 이루고, 정(靜, 霽)하던 달(月)이 동(動)하여 나온다(開)는 것과 동(動, 狂)하던 물결(瀾)이 정(靜)하여 그친다(止)는 것 또한 의미상의 댓구이다. 유교 경전 보면서 철학적 의문점들이 많이 풀렸고, 주변의 유학자들과 얘기 하다보니 의문점들이 풀린 것도 많습니다 라는 뜻이다. 경전보고 알고, 토론해서 안 것 전체가 댓구를 이루고 있다.

* 活計/經千卷(활계/경천권) ~ ‘活計(주어)+經(동사)+千卷(보어)’이며, ‘활계는 천권이 넘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경(經)'은 '지나다 즉 초과했다'는 의미이다. 살아가는 계책(=처세술)이 적혀 있는 책을 천권 넘게 읽었다라는 뜻이다. 소설이라든지 잡서를 읽은 것이 아니라 사서삼경 처럼 살아가는데 필요한 책을 천권 넘게 읽었다라는 의미이다. 책을 천권 읽었다는 것은, 천권의 각각 다른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사서삼경 등의 책을 여러번 읽은 것을 누적하여 천번 읽었다라는 것이 타당성 있다. 양반집이라도 천권의 책을 비치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 사서삼경 등의 서적이라야 활계(活計)라 할 수 있기에 소설 등 잡서를 제외하면 천권의 책이 조선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 行裝/屋數間(행장/옥수간) ~ ‘行裝(주어)+屋(동사)+數間(보어)’이며, ‘행장은 여러칸(數間)의 수레 분량(屋)이다’라는 뜻이다. '옥(屋)'은 '수레덮개 옥' 이므로 동사로 해석하여 '수레에 실을 수 있는 짐의 부피이다'라고 볼수 있다. 현대적으로 토목공사 현장에서 흙의 부피를 말할때 '트럭 몇 차 분량'이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엣날이라서 '몇 수레 분량'이라 칭한 것이다.  문맥상 ‘1회의 행장이 여러 수레에 담을수 있을 정도로 많다’라는 것이 아니라 ‘행장을 여러번 꾸려서 여행했으며, 그때마다의 행장을 한꺼번에 모아 놓는다면 여러 수레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많은 횟수의 여행을 다녔다’라는 의미이다. 즉. 여행 횟수가 아주 많음을 표현한 것이다.

##  活計經千卷 行裝屋數間 (활계경천권 행장옥수간) ~ 살아가는데 필요한 책을 아주 많이 읽었고, 공부를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서 아주 많이 돌아다녔다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한 사람은 바로 시를 지은이(율곡)이다. 책 보고, 토론해 봐도 도토리 키재기처럼 학문의 진척이 더디기에 행장을 꾸려서 진리를 가르쳐 주실 분을 찾아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라는 뜻이다. 방안에 앉아서 공부도 많이 했고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배우기도 했다는 것이 서로 댓구한다

* 小臣/求聞道(소신/구문도) ~ ‘小臣(주어)+求(동사)+聞道(목적어)’의 문장구조이다. ‘小臣’은 자신(율곡)을 낮추어 표현한 것이다. 지은이(율곡)가 상대방(퇴계)에게 유도(儒道) 듣기(聞)를 요구(求)한다라는 것이다. 즉 퇴계는 스승, 자신은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퇴계는 군자(君子) 급으로 존경하고 있으며, 자신은 퇴계의 가르침을 받는 신하(臣下) 급으로 이미 규정하고 있다. 즉, 소신(小臣)이라는 단어 속에 퇴계에 대하여 군자(君子)로 지극히 존경한다는 마음을 담고 있다. 
주제가 담긴 구절이며 전체 시(詩)의 핵심 단어가 '소신(小臣)'이다. 이 시(詩)에 사용된 모든 문장과 단어들은 '소신(小臣)'을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즉 앞서 공자, 주자를 언급한 모든 것이 '소신(小臣)'을 위한 레드 카펫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자신은 낮추고 상대를 높이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소신'에 담은 것이기도 하다. '소신(小臣)'이란 말을 듣는 퇴계가 율곡의 제안(=求聞道 도를 듣기를 요구함)을 거부할수 없도록 사전 포석의 심리전술을 펼친 율곡이 대단하다. 전체 싯구절의 주제가 담긴 핵심내용이다

* 非偸/半日閑(비투/반일한) ~ ‘小臣(주어)+非偸(동사)+半日閑(목적어)’ 이고, 이중 ‘小臣’을 생략했으며 ‘(소신은) 반일한을 비투한다’라는 의미이다. '비투(非偸)'는 '가벼이 하지 않는다' 이고, '반일(半日)'은 '하루의 절반 즉 반나절' 이며, ‘한(閑)’은 ‘틈’의 의미이다. 즉 한가한(=짜투리) 시간의 틈을 반나절 동안만 내어주신다해도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겁니다’라는 의미이다. 현대에는 반나절이라면 긴 시간이라고 인식할수도 있지만, 그 시절 지은이(율곡)와 듣는이(퇴계) 입장에서 반나절이라면 짧은 시간이라는 인식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시를 지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옛날에는 며칠씩 걸어가서 스승을 뵙는다고 했을 때 왕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공부를 가르치고 배우는데 반나절이라면 짧은 시간이라는 인식이 당시에 있었다고 볼수 있다. 율곡이 상대인 퇴계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어서 가르침을 주십사 하는 간절한 바램을 표현한 것이다.

##  小臣求聞道 非偸半日閑 (소신구문도 비투반일한) ~ 지은이(율곡)가 듣는이(퇴계)에게 잠시라도 좋으니 유도(儒道)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사 간청드리는 싯구절이다. 찾아 온 목적과 요청사항(=求聞道)을 제시한 것이며 , 상대는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마음가짐(=小臣)을 표현했고, 가르침을 대하는 각오(=非偸)가 담겨 있다. 앞에 서술한 문장들은, 이러한 요청을 위한 사전(事前) 작업이다.


[해석]
공자가 태어난 곳에는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로 시냇물은 나뉘어 흐르고
주자가 태어난 곳에는 무이산은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습니다
비 갠 후 달이 구름을 열고나오듯 마음 속에 있던 궁금한 점들이 풀어졌고
지인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풀리지 않아서 어지러웠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살아갈 계책이 있는 책을 천 권이 넘게 읽었고
(공부 배우기 위해) 행장 꾸린것을 모두 합하면 여러 수레가 될 정도로 많이 다녔습니다.
저는 유도(儒道)를 듣기를 요구하오니
반나절의 틈이라도 내어주신다면 가벼이 여기지 않겠습니다.


[해설]
공자가 태어나서 시냇물이 갈라졌고 주자가 태어나서 무이산 봉우리는 하늘의 바람길을 갈라 놓듯 이러한 아주 훌륭한 분들이 유학을 대표하는 분들입니다.
그들의 유학(儒學)은 내 마음속의 철학적인 의문들을, 달이 구름사이를 갈라서 나오듯이 해결하여 주었습니다.
또한 지인들과 웃으면서 얘기 나누는 가운데 어지러이 널려있어서 정리 안되던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기도 하였습니다. (=지인들과 철학 토론 하다보니 의문이 풀린 것도 있습니다)
더우기 살아가는 방도가 적힌 책을 [방에 앉아서] 천권 넘게 아주 많이 읽어도 보았습니다
[ 뿐만아니라 책만으로는 세상을 알수가 없기에] 여기저기 스승을 찾아 많이 돌아다녀도 보았습니다.
[ 그래도 모르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
군자(君子)이신 퇴계 선생님께 유학(儒學) 배우고자 멀리서 왔사오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르침을 위한 시간을 내어 주신다면 그 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배우겠습니다.

[첨언]
유학(儒學)을 많이 안다고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나(=율곡) 딴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모르는 것이 많기에
훌륭한 스승(=퇴계)을 찾아와서 겸손하게 가르침을 청(請)하는 내용이다

율곡이 공자, 주자 책 읽어도 다 모르겠고, 주변의 유학자들과 토론 해봐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퇴계는 답을 주실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멀리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퇴계가 공자, 주자의 사상을 거의 꿰뚫고 있는 분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즉, 공자, 주자와 거의 동급인 군자(君子) 급으로 지극히 존중하며, 자신은 천권 읽어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겸손을 한번에 표현한 싯구절이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詩)로서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표현하였다.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무례하게 가르쳐 달라 하지 않고, 제 실력이 요 정도는 됩니다 라는 시험을 자청(自請)한 것이기도 하다. 
시(詩)를 들어보고 저에게 가르침을 줄지 말지 판단해 주십사 요청하는 것이다.  
자신은 낮추고 퇴계를 공자와 주자와 비슷한 군자(君子) 급으로 존경한다는데, 안 가르쳐 줄수가 있겠는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시 한수를 지음으로써 상대를 설득해 내는 율곡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

상제님께서 이 시를 인용한 이유가, 자신은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마음가짐이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음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보여지고, 또한 이러한 율곡의 마음가짐이 수도인의 마음이어야 함을 가르치려하심이 아닌가 추측된다. 즉, 경전 읽고 토론하고 그래도 알수 없는 것이라도 자신을 낮추면서 끊임 없이 상제님 뜻을 찾아야함을 말씀하신 싯구절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