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懋耳鳴 過懲鼻息 
덕무이명 과징비식



[음훈]
懋 - 힘쓸무. 무성할무
懲 - 징계할징. 벌줄징

[분석]
* 耳鳴 (이명) ~ 귀 울림. 높은 산에 올라가면 귀속이 멍한 느낌이 들면서 자신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크게 울려 들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여기서의 이명(耳鳴)이며 보통 알고 있는 귀에서 매미소리 나는 이명증(耳鳴症)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은 '비식'과 댓구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즉 ‘鼻息(코로 숨쉬는 것)'이 정상적인 인체현상이므로 ‘耳鳴症’ 이라는 병적인 인체현상을 이와 대응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우기 ‘鼻息’ 이 ‘鼻(주어)+息(숨쉬다)= 코가 숨쉬다’ 이므로 ‘耳鳴’은 명사가 아니라 ‘耳(주어)+鳴(동사)=귀가 울리다’ 라고 보아야 문맥상 타당하다.

* 鼻息 (비식) ~ 코로 숨쉼. 단순히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현상인 ‘코로 숨쉬는 것’이다. 날숨(呼)과 들숨(吸)을 합해서 '식(息 = 호흡)'이라 한다.  鼻와 息 두 글자 모두 코를 고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앞에 이명(耳鳴)이 병명이라 단정하고 코를 고는 것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코골이는 한자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鼾(코골 한)이라는 한자를 주로 많이 쓴다. 한의학에서는 '鼻息如鼾(비식여한)' 또는 '鼻鼾(비한)' , '鼾(한)'이라 써야 '코골이'라는 의미이다.  '鼻息(비식)'은 질병이 아니기에 당연히 '鼻息症(비식증)'은 없다.

* 德,過 (덕, 과) ~ 德의 뜻은 過와 문맥상으로 대칭되는 개념으로 판단해야 한다. 선입견을 버리지 않고 평소에 쓰던 德(덕)과 道(도)가 비견되는 의미로 판단하면 안된다. 과(過)는 ‘과실(過失)’ 내지 ‘잘못한 일’ 의 의미를 가지므로 덕(德)은 ‘공덕(功德)’ 내지 ‘잘한 일’ 이라는 한정된 의미로만 보는 것이 타당하다.

* 懋,懲 (무, 징)~ 懲이 ‘벌주다, 못하게 하다’ 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懋는 이와는 대칭되는 의미인 ‘상주다, 많이 하게 하다’ 라는 의미가 내포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석]
(자신의) 공덕은 이명처럼 (남이 모르도록) 힘쓰고,
(자신의) 과오는 비식처럼 (남이 알도록) 징계한다.

[해설]
공덕은 외부에 뽐내고 싶더라도 자신의 마음속으로 귀 울리듯 반향(反響)시킴으로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힘써야 하며, 과실은 숨기고 싶더라도 숨 뱉듯이 외부에 노출시켜서 타인의 비판을 받음으로써 자신을 징계하도록 노력하여야 다시는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


[첨언]
* 耳鳴, 鼻息 (이명, 비식) ~ ‘귀울림’은 자신의 말소리가 자신에게는 크게 들리지만 타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숨쉬는 것’은 바람이 코로 나가기 때문에 타인 모르게 할 수가 없다. 이명(耳鳴)이 자기 소리를 다시 자신에게로 보내는 것이고, 비식(鼻息)은 외부공기를 들였다가 다시 외부로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대비되는 해석을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耳鳴)'은 귀에서 매미소리 나는 질병이다라는 선입견에 사로 잡혀 있으면 이 문구를 해석할수가 없다. 그래서 뒤쪽의 비식(鼻息) 또한 코골이라는 질병으로 단정해 버리기에 지은이의 뜻은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져다 붙여서 엉뚱한 해석을 하게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전체가 어그러지면서 전후 내용이 연결되지 않고 맥락을 잃어버리게 된다. 모든 것은 선인견을 버리지 않은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후 맥락을 살펴서 유연한 사고로 판단해야 한다. '덕(德)'과 하루종일 매미소리 나듯 귀속에서 소리나는 '이명'이라는 질병과는 연관이 없다. 덕(德)을 밖으로 뽐내고 자랑하고 싶더라도 숨기고 드러내지 마라는 것이 상제님 교훈이다. 나에게서 밖으로 나갈려는 것을 거꾸로 반사시켜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로 쓸려면 이명(耳鳴)은 '자신이 말할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크게 울리는 증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번 덕(德)을 베풀었더라도 자랑하지 말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큰 울림으로 되돌아와서 또다른 덕(德)을 베푸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체 내용의 맥락이다.

비식(鼻息)은 '코로 숨 쉬는 것'이라는 뜻 이외에 '코를 곤다'는 의미는 전혀 없다. 선배들이 '코골이'라 해석하니까 자신도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수도인이라면 합리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맹목적이어서는 발전이 없다. 선배들의 무지(無智)를 탓하기 전에 수도인 자신의 무지(無智)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